鷄肋(계륵)은 문자 그대로는 '닭의 갈비'를 뜻하지만, 고사성어로는 그다지 실속은 없으나 버리기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사소한 이득이 남아 있어 쉽게 포기하지 못하지만, 그 이득이 실질적으로는 크지 않아서 결단을 망설이게 되는 상황을 함축한다.
한자 풀이
- 鷄(계): 닭
- 肋(륵): 갈비
⇒ 닭의 갈비
유래와 배경
이 고사성어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일화에서 유래한다. 촉한의 유비가 한중 지역을 공격할 당시, 군세가 불리해 퇴각을 고려하던 제갈량은 그 뜻을 암시하기 위해 부하들에게 "오늘의 군량은 계륵이다"라고 하였다. 닭갈비는 먹을 것이 거의 없어 실속은 없지만, 그래도 버리자니 아까운 부위이다. 이 말을 들은 장수 양수는 퇴각 명령이 내려올 것을 직감하고 병사들을 준비시켰다가, 제갈량에게 의심을 받아 처형당한다.
이 일화에서 '계륵'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선택지, 버리기에는 아쉽지만 유지하기에는 가치가 없는 것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적 의미와 적용
1. 미련과 망설임의 상황
직장에서의 프로젝트, 오래된 인간관계, 낡은 사업 아이템 등 실익이 줄었음에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에 "계륵 같다"는 표현이 쓰인다.
2. 실익 없는 집착
이미 실패가 명확한 상황임에도 과거의 투자나 감정에 얽매여 계속 끌고 가는 태도는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정치적 혹은 조직 내에서의 딜레마
권력 유지나 정책 결정에서 계륵 같은 존재는 버릴 수도 없고 끌고 갈 수도 없는 부담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실질성과 미래지향적 결단이다.
영어 표현과 해석
- White elephant – 유지비만 많이 들고 실익은 적은 물건이나 제도
- Dead weight – 성과 없이 부담만 되는 존재
- More trouble than it's worth – 얻는 것보다 골칫거리가 더 큰 상황
관련 속담 및 표현
-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 – 실속은 없지만 정 때문에 챙기는 경우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 결정을 내리지 못해 혼란만 가중되는 상황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 의미 없는 것에 집착하다 좋은 기회를 놓치는 사례
유사 개념 및 반대 개념
유사 개념
- 미련(未練): 아직 끊지 못한 애착이나 후회
- 기회비용(機會費用): 한 가지 선택을 위해 포기해야 할 가치
- 감정적 의사결정: 논리보다 감정에 끌려 판단하는 경향
반대 개념
- 단호함(斷乎): 명확하고 빠른 결단력
- 손절(損切):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손을 떼는 전략적 판단
- 최적화(最適化): 가치 대비 효율을 극대화하는 접근
활용 예문
- "그 사업은 계륵 같은 존재였다. 수익은 없는데 접기도 어려웠다."
- "오래된 프로젝트를 정리하려 했지만, 팀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끌고 가기로 했다. 참 계륵이지."
- "연애인지 집착인지 모르겠어. 솔직히 이제는 계륵 같아."
철학적 성찰
계륵은 인간의 심리적 미련과 결정 장애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고사성어다. 본질적으로 얻는 것이 거의 없음에도, 이미 투자된 감정이나 시간, 혹은 손실 회피의 심리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자주 반복된다.
삶에서 무엇을 계속 끌고 갈지, 무엇을 과감히 놓을지는 전략적 사고의 핵심이다.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으로 포기의 용기와 함께 간다. 계륵은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 인간의 망설임, 감정, 그리고 의사결정의 미묘한 복합성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닭갈비처럼, 실속은 없지만 버리기엔 아깝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실익보다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