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鼻三尺(오비삼척)은 자기 사정이 너무 급해 남을 도와줄 여유조차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주로 타인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현실적 여건상 도울 수 없음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한자 풀이
- 吾(나 오): 나
- 鼻(코 비): 코
- 三(석 삼): 석, 숫자 삼(3)
- 尺(자 척): 길이의 단위, 약 30cm
⇒ 내 코가 석 자나 된다, 즉 내 사정이 너무 급하다는 의미
유래와 배경
『한비자(韓非子)』의 일화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제자백가 시대의 현실주의 정치철학서이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자신이 숨 쉬기 급급하면 남을 구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로, 자기 형편이 위태로울 때는 남을 도울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담고 있다.
이 고사성어는 특히 자신의 생존이나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이 타인의 부탁이나 어려움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정당화하거나 설명할 때 사용된다.
현대적 의미와 활용
1. 개인의 위기 상황
- 경제적·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 타인의 요청을 거절해야 하는 현실적 상황에서 사용됨.
예: “미안하지만 요즘 너무 바빠서 너 도와줄 여력이 없어. 나도 오비삼척이야.”
2. 사회적 구조와 책임 회피
- 사회나 조직 내에서 각자가 자신의 업무에만 매달리느라 공동체적 책임을 외면할 때 비판적으로 쓰이기도 함.
예: “각 부서가 오비삼척이라며 외면하니, 전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영어 표현과 해석
- I have enough on my plate already – 나는 지금도 감당할 일이 너무 많다
- I can’t help you when I’m drowning myself – 나 자신이 빠져 죽게 생겼는데, 남을 도울 수 없다
- Charity begins at home – 자선은 내 집부터 (자신과 가족부터 챙겨야 한다는 의미)
"Sorry, I'm in an 오비삼척 situation myself."
(미안해, 나도 오비삼척 상황이야.)
관련 표현과 유사 고사성어
- 腹背受敵(복배수적) – 앞뒤로 적을 맞이함, 곤경에 처함
- 自顧不暇(자고불가) – 자기 일조차 돌볼 겨를이 없음
- 自中之亂(자중지란) – 내부에서 벌어진 혼란, 자기 안에서도 수습 안 됨
반대 개념
- 雪中送炭(설중송탄) – 눈 오는 날 숯을 보내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진정한 도움
- 同舟共濟(동주공제) – 같은 배를 타고 함께 위기를 넘김
속담 및 관용 표현
- “내 코가 석 자” – 사정이 너무 급해 남을 도울 수 없다
- “남의 떡이 커 보여도 내 밥이 먼저” – 남을 돕기보다 나의 안위를 우선시함
활용 예문
- “솔직히 지금은 내 코가 석 자라 남을 도울 상황이 못 된다.”
- “모두가 오비삼척이라 손 내밀어도 도와주는 이가 없다.”
- “정신적 여유가 없을 땐, 오비삼척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결론
‘오비삼척’은 타인을 외면하는 냉정한 자기중심적 태도라기보다는, 현실적 한계를 반영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사회적 연대나 공동체 의식이 약화될 수 있기에, 여유가 있을 때는 나눔과 도움이 가능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