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十步百步(오십보백보)는 도망친 거리가 다를 뿐, 결국 도망친 것은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같다는 의미를 지닌 고사성어다. 사소한 차이를 지나치게 부각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태도를 경계하는 데 사용된다.
한자 풀이
- 五十(다섯 오, 열 십): 50
- 步(걸을 보): 걸음, 도망가는 거리
- 百(일백 백): 100
- 步(걸을 보): 같은 의미의 반복
⇒ “50보 도망친 자나 100보 도망친 자나 도망친 것은 매한가지다.”
유래와 배경
『맹자(孟子)·양혜왕(梁惠王) 상편』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가"를 묻자, 맹자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며 설명했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적을 보고 모두 도망치는데, 어떤 이는 100보를, 어떤 이는 50보를 도망쳤다고 하자. 이때 50보 도망친 자가 100보 도망친 자를 비웃는다면, 이는 말이 안 된다고 맹자는 말한다.
즉, 도망쳤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며, 그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사람의 도덕적 결함이나 잘못에 있어서도 정도의 차이로 면죄될 수 없음을 강조하는 교훈이다.
현대적 의미와 활용
1. 잘못의 본질은 같다
기업 비리, 정치적 책임, 도덕적 결함 등에서 "나는 저 사람보다 덜했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 이 성어가 자주 인용된다.
예: “그는 자기 잘못이 작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오십보백보일 뿐이다.”
2. 상대적 우위를 주장하는 자기 합리화에 대한 경계
경쟁에서의 미세한 우위를 지나치게 자랑하거나, 본질적 문제를 가린 채 다른 사람보다 나음만을 주장할 때 이 표현이 유효하다.
예: “둘 다 불법을 저질렀는데, 누가 덜 했느니 마느니 하는 건 오십보백보다.”
3. 윤리 교육과 인성 교육에서 자주 인용
청소년 교육이나 공공 윤리강의에서 정직함과 책임감의 중요성을 가르치기 위해 이 성어가 활용된다.
예: “작은 거짓말이니 괜찮다고? 오십보백보다.”
영어 표현과 해석
- Same difference – 차이가 없는 차이
- Six of one, half a dozen of the other – 이쪽이나 저쪽이나 마찬가지
- Pot calling the kettle black – 도찐개찐 (자기도 똑같으면서 남을 비난함)
- No real distinction – 본질적 차이가 없음
관련 표현과 유사 고사성어
- 도찐개찐 – 별 차이 없이 비슷함
- 형식논리(形式論理) – 외형만 바뀌고 실질적 차이는 없음
반대 개념
- 천양지차(天壤之差) –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
- 운운불복(雲泥之差) – 구름과 진흙처럼 비교 불가한 차이
활용 예문
- “이번 사건은 오십보백보라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 “어떤 정치인이 다른 이보다 덜 부패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 눈엔 오십보백보다.”
철학적 성찰
‘오십보백보’는 인간이 스스로의 부족함을 상대적 기준으로 정당화하려는 본능적 태도를 되짚는다.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결함을 작게 여기기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성찰의 자세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비교의 기준이 아닌, 절대적 윤리와 도덕에 기초한 자기반성이야말로 성숙한 인간의 덕목이다.
“잘못의 경중을 따지기 전에,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